발끝에 울리는 겨울의 속삭임
소복히 눈이 쌓인 캠퍼스 주변 산책로는 고요하고도 생동감이 느껴졌다. 민재는 크림색 코트에 머플러를 두르고 천천히 걸었다. 발밑에서 나는 눈 밟는 소리가 그의 마음을 어루만졌다. 산책로 끝에 다다르자 작은 공원 광장이 나타났다. 두 개의 눈사람이 광장을 지키고 있었다. 하나는 크고 비뚤어진 당근 코를 가지고 있었다. 다른 하나는 작고 가지로 만든 팔이 돋보였다. 민재는 눈사람을 바라보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
온기로 가득한 공간
쌀쌀한 바람이 얼굴을 스치자 민재는 따뜻한 카페로 향했다. 카페 문을 열자 커피 향과 포근한 온기가 그를 맞이했다. 테이블마다 학생들이 교재를 펼쳐놓고 공부에 열중하고 있었다. 다양한 언어가 뒤섞인 대화가 카페에 활기를 더했다. 외국인 유학생들과 교환학생들도 분위기를 한층 풍성하게 만들었다. 민재는 아메리카노를 주문하고 창가 자리에 앉았다. 손에 닿는 컵의 온기가 차가운 몸을 녹여주었다.
멜로디가 이끄는 순간
배경음악으로 빈지노의 “하루종일”이 흘러나왔다. “하루종일 네 생각에 잠겨서…”라는 가사가 조용히 공간을 감싸고 있었다. 민재는 커피잔을 감싸 쥐고 음악에 귀를 기울였다. 창밖으로 보이는 눈 덮인 캠퍼스 풍경이 카페의 따뜻한 공기와 어우러졌다. 커피를 홀짝이며 생각에 잠긴 민재의 시선이 한 여학생에게 머물렀다. 그녀는 밝은 노란색 니트와 베이지색 머플러를 두른 채 책을 읽고 있었다.
겨울에 만난 이야기
민재는 잠시 망설이다가 그녀에게 다가갔다. “저기, 혹시 광장에서 메모를 보셨나요?” 민재의 물음에 그녀는 잔잔히 미소 지었다. “네, 저도 그 메모를 봤어요. 참 낭만적이더라고요.” 그녀의 이름은 수현이었다. 두 사람은 자연스럽게 대화를 이어갔다. 눈사람과 겨울의 소소한 일상에서 시작된 이야기가 점차 깊어졌다. 수현의 목소리는 조용하면서도 따뜻했다. 민재는 어느새 그녀에게 마음을 열고 있었다.
커피 향에 담긴 추억
며칠 뒤, 공원의 눈사람들은 점차 흐릿해져 갔다. 민재는 다시 카페를 찾았고 창가에 앉아 있는 수현을 발견했다. 이번에는 수현이 먼저 미소를 지으며 민재를 반겼다. 두 사람은 따뜻한 커피를 마시며 대화를 나누었다. 카페 안의 다양한 언어와 학생들의 대화가 배경이 되었다. 그러나 그들의 이야기는 조용하고 깊게 이어졌다. “하루종일 네 생각에 잠겨서…”라는 가사가 여전히 공간을 감싸고 있었다. 그날의 만남은 민재와 수현의 마음에 잊지 못할 겨울의 추억으로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