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차 (12/15, 일) : 서울의 밤, 사이공의 새벽

모처럼의 가족 여행. 어머니, 아버지, 동생과 함께 우리는 일요일 밤, 익숙한 인천공항을 뒤로하고 베트남으로 향했다. 늦은 밤 비행기, 잠시 꿈을 꾸다 눈을 떠보니 어느새 호치민의 떤선녓 공항. 새벽의 공기는 몽환적이었다. 픽업 차량으로 이동한 롯데호텔 사이공은 우리의 피로를 감싸주었고, 5층 객실에서 보이는 사이공 강 리버뷰는 ‘이곳이 베트남이구나’ 실감하게 만들었다. 강물 위로 은은히 번지는 도시의 불빛을 뒤로하고 우리는 새벽 4시가 되어서야 잠들었다.

2일차 (12/16, 월) : 나트랑의 첫 만남

느지막이 눈을 떠 호텔 조식을 함께하며 여유를 즐긴 뒤, 우리는 다시 공항으로 향했다. 목적지는 호치민에서 1시간 남짓 떨어진 나트랑의 깜라인 공항. 낮 12시 비행기를 타고 도착한 나트랑은 화창하고 활기찬 도시였다. 숙소인 멜리아 빈펄 엠파이어에 도착하니 오후 3~4시. 시내 중심부에 위치한 이곳은 우리에게 딱 맞는 보금자리였다.

짐을 풀고 가볍게 주변 탐방에 나선 우리는 나트랑 야시장에서 여행의 첫 쇼핑을 즐겼다. 여유로운 시장 골목에서 크록스 3켤레캐슈넛 한 봉지를 득템하며 설렘을 더했다. 저녁은 근처의 해산물 레스토랑에서 특별한 한 끼를 맛보았다. 수조 속 랍스터를 동생이 직접 채로 건져 올리는 모습은 소소한 이벤트였고, 나는 간신히 랍스터의 더듬이를 잡고 사진을 찍었다. 랍스터와 모닝글로리, 볶음밥으로 배를 든든히 채운 뒤엔 럭키 스파에서 90분간 베트남 전통 마사지를 받았다. 오일은 진득했지만, 근육을 풀어주는 손길이 피로를 씻어주었다. 하루를 꽉 채운 우리는 숙소로 돌아와 바로 깊은 잠에 빠졌다.

3일차 (12/17, 화) : 나트랑의 속살을 걷다

아침 식사 후, 본격적인 나트랑 시내 투어에 나섰다. 첫 번째 목적지는 나트랑 대성당. 크리스마스가 가까워서인지 어귀에서는 캐롤을 연주하는 밴드가 반겨주었다. 거리에는 수많은 오토바이가 질주하며 소음을 뿜어냈지만, 그 속에서 성당의 고요함은 더욱 돋보였다. 성당 입구를 따라 늘어선 12제자의 동상순교자의 명패들은 웅장함과 경건함을 동시에 선사했다. 헌금함에 작은 마음을 담고 가족사진을 남긴 뒤, 성당 주변을 천천히 둘러보며 그 분위기를 만끽했다.

두 번째 목적지인 롱선사는 독특한 분위기를 품고 있었다. 가는 길에 만난 와불상은 재미있는 이야기를 간직하고 있었다. “머리를 만지면 잠이 잘 오고, 배를 만지면 소화가 잘 되고, 무릎을 만지면 걷기가 편해진다”는 설명 때문인지 사람들 손길에 닳아 반질반질해진 와불의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 계단을 오르자 하얀 부처상이 장엄하게 앉아 바다를 바라보고 있었다. 계단을 내려오며 아버지와 나눈 대화는 그 어느 때보다 깊고 편안했다.

세 번째 목적지는 포나가르 사원이었다. 하지만 우리의 실수! 현금이 부족해서 입장하지 못했고, 인근 ATM을 찾아다녔지만 헛수고였다. 다행히 수수료 없는 VP뱅크에서 현금을 인출하고 나서야 허기진 배를 채우러 갔다. 근처 가정식 레스토랑에서 분짜반세오, 그리고 바삭하게 튀겨진 삼겹살 튀김은 마치 우리를 위로라도 해주듯 별미였다.

4일차 (12/18, 수) : 새로운 하루를 기대하며

아직 여정은 끝나지 않았다. 나트랑에서의 마지막 며칠을 남기고, 우리는 더 많은 추억을 만들 준비를 하고 있다. 다음 여정은 다시 호치민으로의 복귀. 이번에는 도시의 다른 면모를 탐방하며 새로운 발견과 만남을 기대해본다.

“가족과 함께한 나트랑, 그곳에서 우리는 가장 빛나는 순간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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