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16일, 베트남에서의 첫날
간만의 가족 여행이었다. 두근거리는 마음을 안고 우리는 서울에서 출발하는 밤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공항에 들어서며 느낀 설렘은, 한동안 잊고 지냈던 여행의 묘미를 깨닫게 했다. 출국 수속을 마치고 마티나 라운지에서 즐긴 푸짐한 식사는 마치 여행의 성공적인 시작을 축하해주는 듯했다. 고소한 크림이 듬뿍 얹어진 케이크와 따끈한 커피 한 잔이 얼마나 달콤하던지, 이런 맛을 집에서도 느껴봤던가 싶었다.
항공기에 탑승한 순간부터는 시간의 흐름이 묘하게 빨라졌다. 비행기 안에서 나눈 사소한 대화들, 잠시 졸다 깨보니 이미 창문 밖으로 펼쳐진 베트남의 밤하늘. 우리는 그렇게 호치민에 도착했다.
공항에서 숙소로 향하는 택시 안, 한껏 긴장한 채 창밖을 내다보던 나는 흥미로운 장면을 목격했다. 택시 기사님은 마치 봅슬레이 선수가 된 듯 도로 위를 질주했다. 순간마다 느껴지는 아슬아슬함에 온몸이 굳어졌지만, 한편으로는 이런 진기한 경험도 여행의 일부라며 웃음이 나왔다.
드디어 도착한 롯데 호텔 사이공. 고급스러운 로비의 은은한 조명과 우리를 맞이하는 따뜻한 환영 인사가 피곤함을 잊게 했다. 그러나, 예상치 못한 난관이 등장했다. “조식은 따로 결제하셔야 합니다.” 직원의 안내에 잠시 당황했지만, 어쩌면 우리가 제대로 준비하지 못한 점이겠거니 하고 웃으며 넘어갔다. 여행 초반부터 배운 것이 하나 있다면, 여행은 계획만큼이나 예상치 못한 순간들이 매력이라는 점이다.
내일은 나트랑으로 떠나는 일정이다. 환전도, 짐도 잘 챙겨야 한다. 이 모든 준비 과정이 조금은 복잡하게 느껴지지만, 한편으로는 여행이기에 가능한 즐거운 도전으로 다가온다. 오늘 하루를 되돌아보니, 비행기에서부터 숙소에 도착하기까지 서먹서먹했던 시작은 이미 사라지고, 기대와 설렘이 차곡차곡 쌓여가고 있다.
여행이란 참 묘한 것 같다. 익숙한 곳을 떠나 낯선 땅에 도착하면서 느끼는 긴장과 흥분, 그리고 그 속에서 나를 조금 더 알아가는 과정. 내일은 또 어떤 이야기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까? 이 모든 순간을 가족과 함께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