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 진다고 그대를 잊은 적 없다.
– 정호승

 산악부 입부 이후 최대 위기! 여태껏 수많은 산을 다녔지만 나를 도서관에 무릎 꿇린 산은 네가 처음이야… 언제 주말이 지났는지도 모르게 열심히 공부하는 중. 콩나물 시루 같은 도서관 열람실은 벌써 여름이 온 듯 후덥지근함. 그래서인지 잠깐 바람쐬러 나오면 바깥 공기가 선선해서 좋음. 도서관 앞에 펼쳐진 잔디 광장에서 삼삼오오 모여있는 대학생들을 보면 젊음의 정취가 느껴진다.


 어째 벚꽃은 매년 보는데도 질리지 않는 느낌. 4월의 캠퍼스에 벚꽃이 없다면 단무지가 빠진 김밥과 같을 게다. 김광석 님의 ‘아름다운 꽃일 수록 빨리 시들어가고~’ 라는 가사는 벚꽃에서 영감을 받은 걸까? 화사하게 만개한 벚꽃나무 아래로 아롱지듯 날리는 꽃잎 사이를 지날 때 역시 만물의 영장인 사람도 자연의 일부라는 걸 새삼 느낀다. 가을에 단풍이 있다면 봄에는 역시 벚꽃이 아닐까 싶다.


 다들 시험과 취업 준비 등으로 바쁜 와중에도 산에 대한 열정은 식지 않았나 보다. 짬짬이 시간을 내어 클라이밍 또는 등반을 하거나, 매주 진행되는 아침 운동에 참여하고, OB 형들과 함께하는 춘클릿지에 참여하는 부원도 있다. 각자 열심히 활동하는 만큼 더욱 끈끈하고 활기찬 산악부가 될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 역시 산행이 제일 쉬웠어요~ ㅎㅎ


 날이 급격하게 더워지면서 아.아를 자주 찾게 되는데… 그래도 역시 찬 것보단 따뜻한 게 더 좋다. 초코파이 박스에도 적혀 있듯이 한국인하면 情의 민족 아닐까? 폭싹 속았수다를 정주행하면서 느끼지만, 치고 박고 지지고 볶다가 미운정 고운정 들어 바늘과 실처럼 뗄래야 뗄 수 없게 되는 것이 우리네 정서이고 문화지 싶다. 가끔은 그 과정 속에서 우러나는 따뜻함에 기대고 싶다.


 밤낮 없이 시험 공부에 열중하여 고단한 와중에도 집에 돌아와 씻고 온수매트 위에 드러누우면 나름 행복하다. 다음 주는 어느 산으로 갈지 생각해보는 것도 꽤 즐거운 고민이지. 이달 말에 있을 정기공연 오디션을 위해 아침에 통기타를 한번씩 뚱기고 나면 하루가 밝아지는 기분. 복잡하게 꼬아 생각하는 것보다, 그냥 하루하루 할 일하고 놀 땐 놀면서 주변 사람들에게 문득 환하게 웃어줄 수 있으면 그게 좋은 것 같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 김춘수, <꽃>

For You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