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가르치는 것은 언제나 시간…
– 김남조, <겨울 바다>

아침부터 그냥 신났던 것 같다. 적게 잤지만 숙면을 취했는지 몸이 가뿐하기도 했고, 시험이 끝나니까 6주 묵은 체중이 쑥 내려가는 것 같더라. 하필이면 날씨까지 너무 좋았다. 양주 37번 버스 우측 차창으로 시원하게 손목을 타고 쏟아져 들어오는 햇빛이란… 운수 좋은 날의 시작이다. 북한산성 가는 길, 생각에 잠겨 턱을 괴고 있는데 카톡방에 불이 났길래 뭔일인고 하고 스윽 훑어보니 택시 같이 탈 사람 구하는 거더라. 도떼기 시장이냐구! ㅋㅋ


 단언컨대, 이것은 이 달의 베스트 픽-처입니다. 사람이 이렇게 환하게 웃을 수는 없다. 아무리 AI가 발전해서 상상 속의 이미지를 무지막지하게 그려내는 세상이 왔다고 해도, 행복한 사람이 그리는 선량한 미소를 따라오려면 안즉 멀었다. 마치 알파고가 이세돌을 격파해도 인간 세상의 바둑 리그는 계속되는 것처럼. 사람은 인연을 만들지만, 데이터는 친구를 만들 수 없다. 변하는 세상 속에 변하지 않는 것은 과연 있었다.


 세상일이 참 어렵다. 개강산행기에 썼던 것처럼, 산에서는 매 순간 집중해야 한다. 방심하는 순간 넘어져서 크고 작은 부상을 당할 수 있다. 다만 상택이의 경우엔 해당 구간이 모래가 많고 경사가 심해서 아차 하는 순간에 미끄러진 것이 아닐까 싶다. 내려오면서 상택이 걱정에, 산행에 대한 아쉬움 등 별 생각을 다 했다. 건하랑 혜린이가 구조대원들이 올 때까지 남아 상택이를 잘 보살펴줬다. 다른 사람까지 책임을 지고 케어한다는 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 걸 느꼈다.


 얼음장 같이 시원한 계곡물 속에 발을 담그며 쌓였던 스트레스와 걱정도 한 절반 쯤은 날려 보냈다. 물이 어찌나 맑고 깨끗했던지 물결에 햇빛이 반사되어 수정처럼 빛났다. 딱밤을 걸고 발을 담근 채로 참기 게임을 했는데 산악부 사람들 정말 지독하더라. 지원이 말마따나 왜 사람이 동상으로 죽는지 알 것 같았다. 오금이 저리고 단전이 차가워지는 와중에 도원이가 발을 빼줘서 살았다. 물 밖으로 나와 젖은 발을 말리고 있으려니 자동으로 따뜻한 커피 한잔이 땡깁디다.


 찍히고 보니 뭔가 혼자서 똥폼잡고 있는 것 같아 민망한데, 사실 여기가 포토 스팟일 거라곤 생각도 못했다. 위에서 두런두런 말소리가 들리길래 올라가보니 그늘진 정자가 있고 밖으로 내다 보이는 풍경이 그럴싸하게 운치가 있더라. 역시 백문이 불여일견이다. 도원이가 샘숭폰으로 찍으려는 와중에 영인이가 찍히려고 헐레벌떡 달려오는 것이 또한 진풍경. 마침 셀카부장 혜선이가 톡방에 단체사진 러시를 해온 관계로 바로 사진을 연달아 첨부할 예정.


 내려오면서 우스갯소리로 내일 16성문 재도전? 이런 소릴 들었는데 이 사람들 인왕산에서 비박한다는 거 보니까 농담 아니야… 진짜야. 갑자기 인왕산 팟이 결성되서 흩어지고 내일도 친구랑 불암산에 간다는 도원이와 함께 동방으로 왔다. 지하철에선 분명히 광저우 얘기를 하고 있었는데 국제학사 앞에 이르니, 최근 핫한 소금 배터리로 주제가 바뀌어 있더라. 산에 진성인 도원이는 역시 따거다. 민경이랑 아인이가 있다길래 베라를 사왔다. 근본 조합(민초 X).

우리는 점점 신명이 난다.
– 신경림, <농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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