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문

1996년 새벽, 김광석은 익숙한 모든 것을 뒤로한 채 낯선 땅으로 떠났다. ‘존’이라는 새로운 이름은 과거를 숨기기 위한 방패이자 새로운 삶의 시작을 의미했다. 비행기 창밖으로 점점 멀어지는 서울의 불빛을 바라보며 그는 조용히 속삭였다.
“행복의 문은 자신의 마음, 자신의 노력에 달려 있는 것.”
그가 떠나는 길은 결코 쉬운 선택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는 스스로 다짐했다. “내가 떠나야, 내가 남긴 노래도 살아남을 수 있다.”
그러나 새로운 땅에 발을 내딛는 순간, 그는 과거가 쉽게 잊히지 않을 것임을 알았다.


너무 깊이 생각하지 마

몬트리올의 겨울은 쓸쓸했다. 그는 작은 카페에서 기타를 연주하며 조용한 삶을 이어갔다. ‘존’으로 불리는 그의 평온한 일상은 단조로웠지만, 밤이 되면 창밖의 어둠 속에서 과거가 떠올랐다.
“너무 깊이 생각하지 마, 다시 돌아올 수 없는 시간을, 오직 슬픔만이 돌아오잖아.”
그는 스스로에게 말하며 과거의 무게를 내려놓으려 했다. 그러나 손끝에서 흘러나오는 멜로디는 그의 마음을 놓아주지 않았다.
“외로움이 친구가 된 지금도, 아름다운 노래는 남아 있잖아.”
그는 느꼈다. 평온함은 그가 원하던 것이 아니었다. 그의 본질은 음악이었다. 그것이 그를 놓지 않는 한, 그는 완전히 떠날 수 없었다.


그녀가 처음 울던 날

평범했던 그의 나날은 한 소포로 인해 흔들렸다. 낡은 기타와 함께 도착한 쪽지에는 짧은 문장이 적혀 있었다.
“그 노래는 끝나지 않았다.”
그날 밤, 그는 저녁 모임에서 젊은 음악가 클레어를 만났다. 그녀는 그의 기타 연주에 깊이 빠져들며 물었다.
“이 곡, 어디선가 들어본 것 같아요. 당신 곡인가요?”
그는 고개를 돌리며 대답을 피했다. 그녀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괜찮아요, 존. 당신은 항상 이렇게 말을 돌리네요.”
그녀가 불러준 ‘존’이라는 이름은 그에게 익숙했지만, 동시에 어색했다. 그는 자신이 숨기려 했던 과거와 음악이 여전히 얽혀 있음을 깨달았다.


내가 필요한 거야

클레어와의 대화는 그의 과거를 다시 떠올리게 했다. 그는 오랜만에 낡은 테이프를 꺼냈다. 그것은 한국을 떠나기 직전, 그가 마지막으로 남긴 곡이었다.
“너의 슬픔은 나의 슬픔이니까, 나의 사랑이 필요한 걸 알게 될 거야.”
그의 목소리가 흘러나오자, 그는 자신의 음악이 여전히 누군가에게 위로가 되고 있음을 느꼈다. 그가 떠나는 동안 외면하려 했던 음악은 여전히 그와 함께 있었다.
다음 날, 클레어가 찾아와 말했다. “존, 당신의 음악엔 무언가 특별한 게 있어요. 그 안에 과거의 이야기가 숨겨져 있는 것 같아요.”
그는 기타를 손에 쥐며 생각했다. “나는 여전히 누군가에게 필요한 존재야.” 그는 과거와 화해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변해가네

우여곡절 끝에 타게 된 귀국 비행기에서 김광석은 창밖을 바라보며 지난 시간을 되짚었다. 몬트리올에서의 고독, 그리고 무대 위에서 다시 살아나던 그의 음악. 모든 것이 그의 선택을 이끌었다.
“느낀 그대로를 말하고, 생각한 그 길로만 움직이며.”
그는 이제 과거와 현재가 단절된 것이 아니라 서로 연결되어 있음을 깨달았다. 떠나온 자신과 돌아가야 할 자신은 결국 같은 사람이었다.
창밖으로 보이는 한국의 도시 불빛을 바라보며 그는 혼잣말처럼 속삭였다.
“이제 내가 다시 필요한 걸 보여줄 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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