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남의 첫걸음

가난한 시골 마을, 돌담이 둘러싼 집에서 은우는 오래된 가죽 배낭을 메고 길을 나섰다. 그의 발걸음에는 미련도 아쉬움도 없었다. 박목월의 시 “강나루 건너서 밀밭 길을,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라는 구절이 그의 머릿속에 떠올랐다. 그는 고향을 등지고 새로운 바람을 찾아 나섰다. 그렇게 은우는 길 위의 나그네가 되었다.


노인과의 인연

첫 번째 고개를 넘자 밀밭 너머에 한 노인이 앉아 있었다. 낡은 갓을 쓴 노인의 눈빛은 날카로웠지만 따뜻함이 묻어났다. “이 젊은이, 어디로 가는고?” 노인의 물음에 은우는 잠시 멈칫하다가 “목적 없는 길을 걷고 있습니다.”라고 답했다. 노인은 잠시 웃더니 떡 한 덩이를 건네며 말했다. “길이란 원래 그런 것이지. 목적 없이도 길은 계속되지.” 은우는 노인의 따뜻한 말을 마음에 새기며 다시 길을 걸었다.


달빛 아래의 사색

강가에 다다른 은우는 흐르는 물 위로 반짝이는 달빛을 바라보았다. 물살은 고요했지만 강물은 깊고 넓었다. 그는 돌 하나를 집어 들고 강물에 던지며 자신을 돌아보았다. 돌이 물에 닿아 파문을 일으키다 이내 사라지듯, 그의 여정도 파문을 남기고 사라질 것만 같았다. 구름과 달빛 아래에서 그는 자신이 박목월의 시 구절 속 나그네처럼 느껴졌다.


아이의 길그림

다음 날, 은우는 길가에서 나뭇가지로 땅에 길을 그리고 있는 아이를 만났다. “뭘 그리고 있니?”라는 물음에 아이는 웃으며 말했다. “여기서 저기까지 가는 길이에요. 어디로 가는지는 몰라요.” 아이의 대답은 단순했지만 은우의 마음을 흔들었다. 그는 문득 자신도 무언가를 찾고 있었음을 깨달았다. 은우는 아이를 떠올리며 자신의 발걸음이 더 명확해지는 것을 느꼈다.


새로운 나그네

길의 끝에 도달한 은우는 멈춰 섰다. 그러나 끝은 곧 새로운 시작이었다. 그는 다시 가방을 매고 고요한 바람 속으로 발을 내디뎠다. 길 위에서 그는 자신만의 시를 쓰기 시작했다. 박목월의 시가 그의 출발점이었다면, 그의 여정은 이제 온전히 그의 것이었다. 은우는 또 다른 나그네로서 새로운 길을 걸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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